아시아 축구를 선도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축구 전쟁인 동아시안컵의 역사는 표면적으로 십년 가량 됐다. 2002년 5월 28일 출범한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이 2003년 12월 일본에서 대회를 개최한 것을 공식적으로 원년 대회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대회의 모체가 된 다이너스티컵의 역사까지 포함해야 한다.
다이너스티컵은 1990년 유명 담배 회사의 주최로 중국 베이징에서 첫 대회가 열린 후 2년 혹은 3년 터울로 중국•홍콩•일본에서 총 네 차례 대회를 열렸다. 다이너스티컵에서는 아시아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던 한국이 초대 챔피언 자리에 올랐으며, 이후 세 차례 대회에서는 일본이 3연패를 달성해 아시아 축구의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적극적 교류와 지역 내 축구 발전을 보다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EAFF가 출범함에 따라 동아시안컵은 국제 대회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게 됐다. 한국•중국•일본•북한•홍콩 등에만 허용됐던 문호를 대만•괌•마카오•몽골•북마리아나 제도 등에도 개방해 지역예선까지 벌이는 등 대회의 질을 더욱 높였다. 회원국들의 크나큰 지지 속에 EAFF는 2003년 일본 대회 이후 격년제로 대회를 열고 있다. 2005년부터는 여자 대회도 창설함으로써 명실공히 남녀 축구를 아우르는 동아시아 축구 제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남자 대회에서 가장 많은 우승 횟수를 기록한 나라는 2013년 대회 개최지인 한국과 디펜딩 챔피언 중국이다. 한국은 2003년 일본 도쿄•사이타마•요코하마에서 분산 개최된 원년 대회에서 초대 챔프에 올랐고, 중국 충칭에서 열린 2008년 대회에서 두 번째 우승컵을 품었다. 중국은 한국의 대전•전주•대구에서 벌어진 2005년 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했으며, 도쿄에서 벌어진 2010년 대회에서 두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하는 아시안컵에서 최다 우승(4회) 기록을 자랑하는 일본이 단 한 차례도 우승컵을 품지 못한 것이 다소 의외라 할 수 있다.
2005년 첫선을 보인 여자 대회에서는 현재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강으로 발돋움한 일본의 족적이 뚜렷하다. 일본은 2008년 중국 용촨에서 벌어진 제2회 대회와 2010년 도쿄에서 벌어진 대회에서 연거푸 정상에 올랐다. 두 대회를 통틀어 6전 전승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냈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 깊다. 초대 챔프는 한국이다. 한국은 당시 아시아 축구 최강자로 군림하던 중국과 북한을 연거푸 무너뜨리는 예상 밖의 선전으로 정상에 올랐다.
2013년 동아시안컵은 오는 7월 20일부터 28일까지 한국의 수도 서울과 화성에서 벌어진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대목은 바로 대양주의 최강자로 불리는 호주가 초청 팀 자격으로 첫선을 보인다는 것이다. 초청팀이라고는 하나 당당히 지역 예선부터 단계를 밟아 등장한 만큼 동아시아 축구의 최강자와 능히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호주의 가세는 동아시안컵의 질적 성장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무척 뜻깊은 사건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