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국제축구연맹) A매치 데이 규정 탓에 2013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동아시안컵 본선 대회 참가국들은 베스트 전력을 내지 않았다. 그래도 주목할 만한 선수들은 즐비하다. 저마다 자국 리그 최고의 선수 혹은 차세대 유망주들을 대거 차출해 동아시아 축구의 최강자 자리를 놓고 진검 승부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팬들의 시선을 가장 모을 것으로 예상되는 득점왕 경쟁은 베테랑과 신예의 맞대결로 정리할 수 있다.
디펜딩 챔피언 중국의 간판 골잡이 가오린과 이 대회에 첫선을 보인 호주의 폭격기 아치 톰슨이 대표적 베테랑 공격수다. 가오린은 풍부한 국제 경험과 매서운 골 결정력을 자랑하는 스트라이커다. 2010 일본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의 골문을 열어 중국이 32년 만에 한국전에서 승리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아치 톰슨은 명실공히 호주 A리그 최고 골잡이로 손꼽힌다. 빠른 침투와 노련한 마무리 능력을 자랑하는 톰슨은 A매치 출전 경험이 많지 않은 국내파로 이뤄진 호주의 가장 믿을 만한 공격수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최근 자국 리그를 뒤흔들고 있는 공격수들이 시선을 모으고 있다. 울산 현대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은 2m에 가까운 신장을 앞세워 상대 골문을 맹폭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J리그에서 사간 도스가 일으킨 돌풍에 앞장선 늦깎이 신예 도요타 요헤이가 대표팀에서도 실력이 통한다는 점을 입증하려 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국제 대회에서는 득점이 미진하거나 경험이 전무한 선수들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통해 국내용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떼려고 가진 힘을 모두 쏟을 듯하다.
중원 사령관으로는 한국의 박종우를 꼽을 수 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이 동메달을 거머쥐는 데 빼어난 공을 세웠다. 이른바 ‘독도 세리머니’로 한국 국민으로부터 큰 인기를 모은 바 있는 박종우는 기성용과 구자철 등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붙박이 선수들과 충분히 경쟁할 만한 실력을 갖췄음을 과시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런던 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상대하게 된다는 점에서 한•일 양국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비수로는 제이드 노스(호주), 스즈키 다이스케(일본), 장린펑(중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때 K리그와 J리그에서 활약한 바 있는 노스는 동아시아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은 선수라 홀거 오지크 호주 감독으로부터 상대 예봉을 꺾을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스즈키는 자케로니 일본 감독이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요시다 마야(사우스 햄튼)를 대신할 만한 수비수로 꼽고 있는 차세대 수비수다. 장린펑은 강력한 대인 마크와 거친 태클로 중국 슈퍼리그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선수라는 점에서 팬들의 이목을 능히 사로잡을 만한 선수다.
골키퍼로는 역시 한국의 정성룡을 꼽을 수 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은 물론이며 두 차례(2008 베이징•2012 런던) 올림픽 본선을 누비며 한국의 골문을 책임진 선수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골키퍼 중 가장 이름값이 묵직한 선수라 할 수 있다.